과거 원조받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이 현재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 원조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첨단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을 시작으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점차 격화하고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인재 양성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 일까?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잇기 위한 혜안은 무엇인지 우리 대학 반도체인력양성TF단장 물리학과 박연상 교수을 만났다.
우리 충남대는 현재 24년 신입생을 받는 ‘반도체융합학과’ 신설과 27년 2월까지 지원되는 ‘반도체 특성 화대학 지원사업’, 25년까지 건립될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22년 7월에 교육부총리가 충남대를 찾아 주신 이래로 반도체관련 6개 학과와 기획처, 연구처, LINC사업단의 여러 교수님께서 우리 대학의 반도체 관련 인프라와 인재 양성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진숙 총장님께서 ‘반도체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깊이 공감하시고, ‘반도체인력양성TF’라는 조직을 발 빠르게 구성하여 움직이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것이 좋은 사업선정 결과를 얻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대전시가 지역 ‘나노ᆞ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전문 인력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점도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결국 대학과 지자체가 반도체인력양성 인프라 개선 및 인력양성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서로 확인 하고 매우 모범적인 협력을 이룬 것이 이번 반도체 사업 선정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자평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전시와 총장님을 비롯한 본부의 보직자, 직원분들과 헌신적으로 참여해 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자연계의 고체 물질은 그 전기적인 특성에 따라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와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부도체, 그리고, 반도체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반도체란, 말그대로 반쪽짜리 도체를 의미합니다. 반쪽짜리 도체란 반 정도로 전기가 잘 흐른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조건에 따라 도체가 되기도 하고 부도체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며 이 특정한 조건을 사람들이 잘 조절할 수 가 있는 고체 물질을 의미합니다. 이 조절 능력으로 인해 20세기 이후로 거의 모든 현대 기기에는 반도체 제품이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으며 4차산업 시대인 21세기에는 더욱 그 사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범국민적으로 특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데요. 특히 21세기의 반도체 산업은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수준을 넘어 더욱 첨단화 되고, 그 응용 분야도 더욱 넓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전세계 모든 국가가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어떤 특정 한 분야를 육성한다는 의미보다는 한 국가의 전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로 여겨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점점 더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기술력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 분야의 특성상 그 기술력을 보유하고 발전시키는 전문 인재가 그 경쟁력의 열쇠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매우 큰 자원이 되는 21세기 4차산업 시대에는 그 정보를 만들어 내는 장치,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 정보가 움직이는 통로인 인터넷, 그리고 정보를 통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지식과 콘텐츠를 유통하고 향유하는 모든 것들에 반도체로 이루어진 기기들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계 장치들을 가지고 있었던 기술 선도국들이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21세기에는 이러한 정보의 힘과 이 정보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기기들에 대한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모두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자이기에 산업, 행정, 외교 등 반도체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은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top 수준이었고 몇몇 분야는 아직도 top 수준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반도체를 사용하는 분야는 매우 넓기에 모든 분야에서 모두 경쟁력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몇 분야의 top 수준을 경험하였고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분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과거 201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전자 디스플레이의 주된 장치인 LCD(액정 디스플레이, Liquid Crystal Display)를 전세계 시장에서 약 50%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대부분을 중국에 내주었죠. 이처럼 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은 매우 위협적인 경쟁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반도체 강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도 여전히 기술 수준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앞선 말씀드린 대로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 경계 안할 나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른 모든 나라들이 반도체 분야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죠.
반도체 경쟁에 뛰어든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내용은 결국 경쟁력은 기술력이고 이 기술력을 만들어 내거나 유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듣던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경쟁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재 밖에 없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요.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좋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그 좋은 인력이 좋은 기술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매우 진부한 말이지만,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시대는 ‘교육을 어떻게 잘 시키느냐’ 보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동기를 어떻게 불러 일으키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굉장히 좋은 양질의 반도체 교육 콘텐츠가 넘쳐나는데요. 몇몇 콘텐츠들은 저도 강의에 활용할 정도로 매우 뛰어납니다. 그러니 어떤 학생이 반도체 분야를 배우고 싶다는 스스로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좋은 학습 콘텐츠를 찾아서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사회적으로 좋은 인력이 유입 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반도체 분야를 열심히 하면 그 노력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보람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면 기술력의 핵심인 좋은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대학에 있는 저도 열심히 연구하고 그 일을 보람차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우리 학생들에게 보이는 것이 앞서 말 한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반도체 산업 인프라는 수도권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대전지역은 각종 정부출 연연구기관을 비롯한 우수 연구 인프라와 인력이 밀집해 있어 국가 단위의 특성화된 반도체 연구지역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첨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테스트베드와 스타트업의 특성화된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전의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위한 매우 중요한 자산이지만, 모든 연구 결과가 바로 기업의 제품에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가 필요하거나 기존에는 없는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스타트업 형태의 기업들이 선행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대전의 특성을 살려 테스트베드와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국내 반도체 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시스템반도체나 설계인력, 파운드리 같이 비교적 성장이 더딘 분야 에서 새로운 기업을 성장시킨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분야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방향으로 특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들도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실정입니다. 고등학교 마이스터교의 재학생들, 또는 지방대학의 학부생들, 그리고 작은 규모의 기업들의 재직자들은 필요한 반도체 기술 습득을 위하여 그 장비나 설비가 있는 수도권으로 가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반도체 교육을 위한 장비와 설비들은 매우 큰 금액이 필요하기에 이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수적인데요.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 인프라가 가까운 지역에 있다면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최첨단 반도체 기술 및 반도체 장비를 습득할 수 있을것 이고, 이 것이 또 지역 반도체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것 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인력이 질적·양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는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반도체 교육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전국의 4개 권역(전북ㆍ전남권, 경남ㆍ제주권, 경북ㆍ강원권, 충북ㆍ충남권)에 수도권 교육 인프라와 비슷한 수준의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각 권역의 고등학생, 학부생, 대학원생, 재직자들의 반도체 교육을 서비스하고 전문인력들을 각 권역에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반도체공동연구소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각 권역의 산업 특성에 맞는 전문인력을 배출함으로써 지역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충남대를 비롯한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반도체 정책과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들께 조언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조언보다는 먼저 동료로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으로 옮기기 전 저는 국내 반도체 회사의 연구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본 연구원들과 직원들의 모습은 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그렇게 오랜 기간 세계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였습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갈 때 저는 회사원 대부분이 출근시간엔 회사에 가기 싫고 퇴근 시간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회사원들과 연구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높은 급여나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제가 겪은 분들은 꼭 그러한 동기로만 열심히 일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적인 사명감일 수도 있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 또는 정말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셨고 아마도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건 저희 세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도 처음 국내에서 반도체 연구를 시작하셨던 선배님들과 앞으로 꾸준히 반도체 산업으로 진출할 후배분들 모두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반도체 연구를 선도하신 분들의 모든 노력은 단순히 경제적인 효과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상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가치있는 일입니다. 이 모든 분께 같은 분야의 동료로서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며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멋진 일을 잘하셨고, 지금도 잘하고 계시며, 앞으로도 잘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