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정말로 멘땅의 헤딩이었다

‘나랑 재밌는 거 안 해볼래?’’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이 커피를 사주겠다면서 나머지 친구들을 모두 불러냈다. 친구는 맥도날드 커피 한 잔을 사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랑 재밌는 거 안 해볼래?’ (주)팀엘리시움의 첫 단추는 중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관심사가 비슷했던 우리는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모두 다른 곳으로 진학했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성인이 된 친구 중 한 명은 한의사가 됐고, 나머지 셋은 공교롭게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만난 친구는 우리에게 의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창업이라는 글자에 앞길이 막막했지만, 우리가 왜 지금까지 친구였겠는가. 친구의 이야기처럼 창업이 재밌어 보였다. 그렇게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곧장 휴학계를 내고, 친구들과 함께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때부터 시작했기에 처음에는 어떻게 법인 설립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사무실은 구해야 하는지, 어떤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지 등등 그야말로 멘땅의 헤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진 것 하나 없는 환경에서 나와 친구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내야 했다. 돌이켜 보면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시작이었지만, 함께하는 친구들을 믿으며 서로가 일당백을 해낸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목표를 이뤄나갔다.

드디어 우리가 기획한 첫 제품이 완성됐다. 이 제품은 무조건 팔릴 것이라며 병원 60여 군데를 돌아다니며 판촉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무도 우리의 물건을 사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제품을 누가 사냐며 잔소리만 몇 시간씩 들었다. 기대가 큰 첫 제품이었기에 고객의 의견은 잔소리로만 들렸고,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길, 서로의 마음을 다잡고서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판촉하면서 들었던 기분 나빴던 잔소리가 바로 VOC(고객의 소리)였다. 우리는 마인드를 바꿔서 생각했다. 고객의 소리 중 좋은 의견을 제품에 반영해보자고. 그렇게 고객의 소리가 담긴 제품이 완성되자마자 우리는 다시 같은 병원을 찾아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창업의 시간에서 가장 보람차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첫 매출을 달성하고, 창업의 모든 순간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이왕 시작한 내 사업이었기에 과정과 결과 모든 것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시금 다잡았다. 어떻게든 내가 만든 제품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해야 했기에,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품에 반영했고,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과 감정, 관계들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젊은 패기로 이것도 못 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 버티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것 같다.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다짐한 것은 겸손한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다. 나보다 경험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정보를 나도 배워서 익히겠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겸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러한 자세로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본 결과 사업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현재는 제품을 만들어서 병원에 납품하는 B2B 구조 사업만 하고 있는데, 사업을 좀 더 확장해서 B2C 사업까지 해보고 싶어졌다.

우리 사업인 헬스케어의 최종 end-point는 환자의 만족도다. 현재 근골격계 질환 관련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내가 환자라면 통증이 개선되거나 통증이 있기 전에 예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고 있다. 사업과 학업에 열중한 현대인들이 거북목이나 승모근 통증 등의 증상을 많이 겪고 있는데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막막한 기획의 단계지만 이런 꿈을 꾸는 덕분에 보람이 있고 재밌게 사업 할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창업에 관한 생각을 고민하고 있다면,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무조건 한 번은 해보길 간곡히 추천한다. 창업은 내 재능을 발굴하고, 내 삶을 발전시켜 나갈 좋은 기회다. 어느 정도 나의 워라밸을 포기하더라도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뜻이 맞는 구성원들과 함께 재밌게 해볼 수 있다. 머릿속 깊은 곳에 숨겨둔 창업에 대한 열의를 꺼내 더 늦기 전에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팀엘리시움은?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팀엘리시움은 2017년 설립된 6년 차에 접어든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어느덧 한의사와 IT 공학도가 되어 근·골격계 질환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18년 첫 제품 출시 이후 2022년 현재 세 가지 종류의 의료기기를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전국 병·의원(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한의원) 중 200여 군데에 ㈜팀엘리시움의 제품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자세 틀어짐이 궁금하거나 좌우 균형이 궁금한 경우, 근처 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팀엘리시움 제품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향후, 병·의원 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아프기 전에 알아서 예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