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획득하고 처음 도로에 나섰을 때, 의심만이 가득했다. 핸들을 잡고 있으면서 신호도 봐야 하고, 눈치 보고 끼어들기도 해야 하고, 교통 흐름까지 파악해야 하니 온갖 두려움이 초보 운전자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당시 엄습했던 불안함을 창업을 앞두고 있었던 4년 전의 초보 창업자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막연하게 창업을 마음 저편 한구석에서 꿈꾸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내 업으로 삼아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모두가 새로운 일을 앞두고 그렇듯이 불안했다. 창업이 유일한 길이고, 창업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다른 창업자들의 말은 내게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창업가 DNA가 따로 있다던데, 사업하는 사람들은 정말 야수의 심장과 대단한 유전자를 타고났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의심만 가득하던 내가 어느덧 주방장 양조장을 공동 창업하고 4년 차 창업인이 되어간다.
주방장 양조장은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브런치 작가 ‘주방장’부터 시작되었다. 평소 관심 넘쳤던 요식업 F&B 브랜딩 중 어떤 아이템을 주요 콘텐츠로 삼을까 싶던 차에 ‘전통주’를 만났다. 관심사가 같았던 공동 창업자와 함께 전국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숨겨진 전통주와 양조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글과 사진 형태로 기록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서울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전통주 분야 리더로 1년간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고, 멋진 공간에서 전통주 시음회도 개최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전통주에 푹 빠져서 몰입하다 보니 내 것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주방장 양조장을 창업하게 되었다. 내게 창업은 비록 처음 시작은 비록 플랜B였을지언정, 지금 뒤돌아보면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전통적 의미의 양조장이 ‘술 빚는 공장’이라면, 요즘 양조장은 주류 생산은 물론이고 시음/체험/교육/판매/납품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온라인상에서는 주문/홍보/마케팅이 이루어져 복합적인 브랜딩 차원에서 운영된다. 날이 갈수록 전통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최근에는 소규모 양조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통 주점/보틀샵/큐레이션 구독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창업을 시작했을 시기만 하더라도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양조 제조장뿐만 아니라 낯선 술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술 비스트로를 함께 운영했고, 클래스와 전통주 살롱, 워크샵 등을 열어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주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여러 전통주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어느 순간, 대체 불가능한 주방장 양조장만의 무엇을 만들고, 널리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는 비스트로를 비롯하여 외부 활동들을 잠시 중단하고 ‘양조’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은 완벽히 100% 준비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상황에 따라 변화한 운영 방식을 통해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창업의 꿈을 가슴 한편에 품고 있지만 막연한 이들에게 초보 창업자가 조금 먼저 깨달은 점을 공유하자면, 우선 발을 좁고 깊게 넓혀 놓는 것이다. 동종 업계 사람이라고 모두가 절대 경쟁자가 아니라, 오히려 창업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와 기회를 나눌 수 있기에 전문 교육 기관 등을 통해서 점차 인지도와 정보력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디자인 제작 기술을 겸비하는 것도 큰 자산이 된다. 좋은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그 가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나뉜다. 단순한 수준이더라도 홍보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면 비용적으로도 큰 세이빙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체력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제작/영업/마케팅/회계/고객관리 등 창업에 수반되는 필수적인 과정들을 파악하고 처리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몸은 한 개이므로 일찍 지치지 않도록 체력은 항상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주방장 양조장은?
대전 유성구 노은동에 위치한 주방장 양조장을 공동 창업하여 4년 차 운영 중이다. 주방장 양조장은 셰프 출신 주방장이 직접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자, 한국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복합 공간이다. 작년까지는 탁주 제조 시설과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운영하다가, 본격적으로 양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하여 현재는 소규모 양조 제조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프리미엄 탁주인 ‘쑥크레’를 직접 생산하여 전국 전통주점과 보틀샵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고, 최근에는 서울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주방장 양조장의 쑥크레를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