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U People_동문 ‘생산관리의 달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을 만나다. CNU People_동문 ‘생산관리의 달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을 만나다.

지난 3월, 농심의 주주들이 모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었음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해당 안건의 주인공은 농화학과 79학번 이병학 동문. 이날 이병학 동문은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농심의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충남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이병학 동문은 1985년 농심에 입사해 생산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며 구미와 안양공장의 공장장을 맡았고,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생산부문장을 맡으며 농심 전체 공장의 생산을 책임져 왔다. 당시만 생소하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각종 첨단 기술을 생산공정에 구현하며 농심의 ‘생산관리의 달인’으로 불렸다.

이제 그는 농심의 대표이사로서 ‘New농심’이라는 변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에 나서고 있다. 36년 농심맨으로서 그가 앞으로 걸어갈 새로운 여정과 변화는 무엇인지, 오늘의 이병학 동문을 만든 샐러리맨 신화는 무엇인지 <CNU Style>이 만났다.

Q. 지난 3월, 농심 대표이사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쁜 마음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들 잘 아시다시피, 최근 국내외의 사회, 정치, 경제적인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농심은 새로운 변화의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어서 어떻게 지혜롭게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외부 환경이 어떠하든 농심은 농심만의 속도로 가야할 길을 가는 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내부적으로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핵심역량을 더욱 키워가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Q. 기업의 대표로서 농심을 이끌고 계신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농심은 현재 New농심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New농심은 최근 발표한 기업슬로건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과도 연결됩니다. ‘인생을 맛있게’는 농심이 고객에게 신뢰받는 품질과 맛, 식품 안전에 대한 철학은 물론, 고객의 생활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먹거리에는 비단 먹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누구나 특정한 음식에 대해서는 특별한 추억이 있고, 이러한 추억은 다른 사람과의 공감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농심은 고객에게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슬로건의 의미이며, New 농심의 방향입니다. 농심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업드레이드하며, 고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의 인생을 더욱 가치있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활동을 구상하고, 추진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Q. 36년간 농심에서 몸담으시며, 농심의 ‘생산관리 달인’이라는 평가는 물론,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샐러리맨 신화’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지난 36년간 회사 생활의 대부분을 생산 현장을 지키고, 최고 품질의 라면과 스낵을 생산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그간 ‘내가 만드는 이 제품이 내 자식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일해왔죠.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한 봉지의 라면도 소중하게 다루며 애착을 쏟아 부었습니다. 늘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현장을 바라봤고, 크고 작은 개선사항이 보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천했습니다. 작은 도전이 모여 하나둘 굵직한 성과를 이뤄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농심의 생산역량 강화로 이어지더군요. 제 아이디어와 노력을 통해 생산 설비가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고, 더 열심히 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농심 생산과정에 구현할 수 있었던 통찰력과 혜안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오랜 기간 생산 부문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동화와 첨단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AI와 IoT 등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해 애썼습니다. 자동화와 첨단화를 넘어 지능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스마트컴퍼니를 꿈꾸고 있습니다. 스마트컴퍼니는 단순히 일을 스마트하게 하는 회사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회사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경쟁력의 본질은 제조와 R&D, 영업과 마케팅 등 모든 회사 자원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잘 팔릴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잘 만든 제품을 잘 팔고, 팔면 팔수록 이익이 잘 나도록 제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바로 농심의 역사에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농심은 1982년, ‘라면의 맛은 스프맛이다’라는 철학 아래 안성에 스프 전문공장을 세우고 차별화된 스프 제조 기술을 확보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안성탕면, 너구리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용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지난 50여 년 농심을 성장시켜온 원동력이었죠. 이처럼 농심에서 36년간 근무하며 많은 도전을 배우고, 그 정신을 이어왔기에 지금껏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인생을 살아오시며 가장 어려웠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지난 2004년, 제가 근무하던 구미공장이 라면업계 최초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습니다. 당시 식약청에선 라면에 대한 HACCP 기준조차 없던 시절이었죠. 누구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식품안전 해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각오로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결전의 심사 당일, HACCP 인증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이 공장을 기준으로 하면 인증받을 수 있는 식품공장은 하나도 없겠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큰 교훈을 깨달았습니다. 길이 없다면 어려워할 게 아니라 내가 개척하면 된다는 것을요. 이후에도 식품안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8년에는 사내 전문인력과 학계 및 식품안전 전문 심사기관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식품안전자문단’을 출범하고, 생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는데, 1년간 총 60여 건에 달하는 공정 및 환경 개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농심 구미공장은 삼성전자 임원들까지 견학을 올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최첨단 공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Q. 충남대를 거닐던 20대 시절, 이병학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었는지요?

학교가 지금의 대덕캠퍼스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 80년대 초였는데요. 그 당시의 정치와 사회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 안드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안팎으로 참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를 나누며, 학우들과 정치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고민과 열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대학은 취업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고,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친구들과 푸른 하늘을 보고 이야기해 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Q.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현재 농심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농심은 ‘인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을 이루어 내는 인재’라는 인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담당하고자 하는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전문성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업의 특성상 건전한 가치관과 바른 품성을 가졌는지 눈여겨보는데요. 농심의 조직문화에 잘 조화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잠재역량과 인성을 갖춘 인재인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글로벌 시대에 열정과 새로움에 도전하는 창조정신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전문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New농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지금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대로, 농심이 최근 새롭게 시작한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이 시장에 잘 안착하도록 힘쓸 것이고, 나아가 고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사랑받는 농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에요. 해외 조직을 강화하고, 생산 및 마케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 나갈 것입니다. 현재 농심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고, 농심은 세계 라면회사 순위에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농심의 목표는 글로벌 No.1입니다. 세계 최고의 라면회사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어나가겠습니다.

Q. 오늘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있는 충남대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취업이 쉽지만은 않은 작금의 상황 속에서 많은 청년이 본인만의 강점을 살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스펙 쌓기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또 잘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에 더해 소통하고 함께 협력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소양을 겸비한다면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고 존중받는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ew농심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현재, 농심은 우리 후배님들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을 필요로 합니다. 저와 뜻을 함께 하고자 할 후배님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