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U People_교수 오롯이 연구와 교육에 몰두한 삶 CNU 석학교수, 신소재공학과 윤순길 교수

올해 충남대는 ‘CNU 석학교수(CNU Distinguished Professor) 제도’를 신설하고 국·내외적으로 탁월한 수준의 연구 또는 교육 업적을 인정받아 충남대의 위상과 명예를 드높인 교수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이렇게 선정된 CNU 석학교수는 3년간 ‘석학교수’의 호칭을 부여받아 연구 활동 지원금 1억 원과 강의 책임시수 감면의 혜택을 받는다.

두 명의 첫 석학교수 중 한 명인 윤순길 교수는 지난 1990년 공과대학 교수로 임용된 이후 나노공학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독보적인 고품질 그래핀 제조공정 기술 확보를 통한 특허 확보 및 산학협력은 물론, 다수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을 통한 대학 연구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33년간 오롯이 연구와 교육에 몰두한 삶을 살아온 CNU 석학교수 윤순길 교수를 만났다.

Q. 지난 12월, Y-KAST 회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충남대학교에 지금 부임한 지가 벌써 한 33년 지났네요. 부임 이후 제 모토는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였는데요.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외에는 신경 쓰지 않고 지금까지 몰두해 왔습니다. 3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번 CNU 석학교수 선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까지 함께한 학과 교수님들, 제자들, 직원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Q. 지금까지 쌓아온 연구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제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아주 보람찬 성과는 ‘무전사 그래핀’ 개발에 성공한 것이죠.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전사 공정’을 없애고, 성장된 그래핀 온도를 100°C까지 낮춰 투명성과 유연성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그래핀 전극을 개발했습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얇고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좋고,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 때문에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태양 전지, 자동차, 조명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써 활용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핀을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됐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존의 그래핀 제조법은 공정도 복잡하고, 그래핀의 성능도 떨어뜨려요. 기존 제조법은 그래핀과 함께 생성된 카파와 니크라는 불필요한 물질을 녹이기 위해 그래핀의 온도를 1,000°C까지 높이는 ‘전사’라는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온의 공정을 거치다보니 그래핀이 손상을 입고 또, 그래핀을 기판에 옮기는 공정에서 불필요한 주름이 생겨버려요. 좋은 그래핀을 만들었지만, 전사 공정 때문에 다 망쳐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전사 공정을 생략한 그래핀 성장법을 개발했어요.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공정을 단순화함에 따라 품질은 좋아지고, 대면적 생산도 가능하고, 생산 단가도 줄일 수 있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어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여 5월부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단순 기술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전사 그래핀 기술이 상용화돼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Q. 연구에 있어 학문 간 융합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은 무엇인가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융합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런데 사실 융합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제가 혼자 하기 어렵거나 다른 학문에서 연구된 내용을 우리 연구에 결합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연구를 찾는 것이죠. 현재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많은 연구 결과를 내는 외국 교수들은 우스갯소리로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전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래요. 앞으로 연구할 분야에서 자신이 못하는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교수들을 찾는다는 거예요.

저도 아무래도 은퇴를 앞둔 연구자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혼자 연구하는 게 익숙했는데요. 이제는 융합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제 혼자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미 모든 학문과 기술이 다양화됐기 때문이죠. 저는 지금 스마트폰 액정에 항균 기능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균 연구는 잘 모르니까 이 분야의 최고인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죠. 앞으로 우리가 연구중심을 넘어 선도대학으로 나아가려면 현재 경직된 연구문화를 바꾸고, 다양한 학문 분야 교수님들과 융합연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교수님께 제자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 제자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제 연구는 없었을 만큼 소중한 존재죠. 제가 연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 제자들이 세부적인 것들을 그려주는데요. 함께 연구하고, 얘기하면서 더 좋은 방향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구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바둑이나 장기를 둬보면 그렇잖아요. 훈수 두는 사람 눈에 보이는 것들. 그런 것을 교수인 제가 찾아내는 거죠. 제자들이 연구에 몰두하다가 자칫 놓친 것들을 알려주고, 연구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성과를 캐치해주는 거죠. 제자들 스스로 성과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승으로서 최대한 방향을 잡아주고 있어요.

나중에 제자들이 특허를 내고,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지금 있는 대학에서 훈련을 잘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자들에게 자주 이야기해요. 대학은 연습하는 곳이다. 선수가 본 시합 나가서 잘하려면 연습을 잘해야지 연습도 안 하고 본 시합 가서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제 실험실에 잘 안 오려고 하더라고요. 너무 많이 과제를 내준다고. 근데 우리 연구실에서 열심히 배워서 취업하면 그런 생각이 달라지죠. 충남대 윤 교수 연구실 출신들이 열심히 하고, 실력도 좋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까요. 그래서 얼마 안 남은 교수 임기지만 칭찬 많이 듣고, 사랑받는 제자들을 만들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쓰려고요.

Q. 곧 정년퇴직을 앞두셨는데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올해까지 충남대에 33년을 근무했는데요. 다가오는 2025년 2월에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을 앞뒀다고 남은 기간을 쉬는 게 아니라 이번 과제가 끝나면 한국연구재단에 연구 사업을 또 신청할 거예요. 기술 개발이라는 게 가다가 끊어지면 안 되니까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계속 연결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우리 충남대도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직접 실천하고,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제가 충남대학교가 모교는 아니지만 30년 넘게 근무했으면 사실상 충남대가 제 모교라고 생각해요. 일단 우리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해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다른 대학의 흐름을 따라가야 합니다. 지금 서울에 있는 대학들하고 충남대하고 연구 실적을 비교하면 한참 뒤처집니다. 왜일까요? 애초에 서울의 유수 대학교수들은 수업보다 연구를 더 많이 해요. 그리고 그 연구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얘기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찾거나, 기존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이들은 연구 과정과 성과가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우수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죠.

이처럼 현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충남대의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수 대학들이 하는데 우리도 못 할 법이 없어요. 우리도 그만큼 훌륭한 교수자들과 연구진,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있는걸요.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해요.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Q. 교수님처럼 공학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달성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인생에서 크든 작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거든요. 그냥 매일 반복되는 일도 좋지만 새로운 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그래서 항상 학생들한테 수업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강의실을 나설때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나무가 어떻게 푸른지 한 번씩 가끔 올려다보라고 합니다. 많은 것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넓히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고요. 그래야 인생을 살면서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요.

주요경력
1988. 8. KAIST 박사
1990. 2.~현재 충남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
1992.7~1993.6 뉴저지 주립대학 (Rutgers University) 방문교수
1999.7~2000.6 North Carolina State Univ. 방문교수
2006.3~현재 신소재공학과, BK21, BK21+, BK21 FOUR 사업단장
2021. 6~현재 중점지원 연구소로 지정 (최장 9년) 된 나노공학연구소 소장
수상사항
- 과기 정통부 장관상과 IAAM에서 Scientist Award, Medal을 수여
- 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 회장상 수여
- 각종 학회에서 학술상, 우수 연구논문상 수여
- ICAE 2017, 2019 국제학회에서 우수 조직위원상 수여
- 2019 Collaborative Conference on Materials Research (CCMR)에서 CCMR Serendipity Award (SA) 1등상 수상
연구분야
- 유/무기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 스마트 폰 유리에 항균특성을 부여한 ZnAl2O4, SiZnO 박막 연구
- 저온공정에서 성장한 무 전사, 고 품질, 대 면적 그래핀 및 반도체 특성 연구
연구성과
- 유/무기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압전 및 마찰전기에 의한 에너지 하베스팅의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나노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
- 스마트 폰 유리에 쉽게 번식하는 대장균과 포도상구균을 박멸하고 물속에 침적시 안정한 박막소재를 개발하여 다양한 논문과 국제 및 국내 특허 확보.
- 전 세계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저온에서 무 전사, 대 면적, 고 품질 그래핀 제조공정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여 기업체에 기술 이전하였으며 다양한 논문과 국제 특허를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