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누구에게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교장실, 하지만 그의 교장실에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학생이 찾아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기에 힘들지 않냐는 주변의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저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하루였다. 왔다가는 학생들과 가볍게 수다를 떨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말하면서 즐겁게 노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꿈을 찾아줄 수 있었다. 노래하는 선생님, 친구 같은 교장 선생님 등 수많은 별명은 그가 지금껏 교육자로서 살아온 역사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교육원에서 학생 상담법에 관한 색다른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는 토목공학교육과 방승호 동문과 함께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하는 특별한 수다’를 나눠보자.

Q. 임용 이후 학생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동문님께 학생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사실 제가 이렇게까지 선생님을 할 줄 잘 몰랐어요. 입학한 순간부터 임용되는 순간까지 교직 생활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첫 학교에 발령받고 첫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이랑 같이 노는데 이게 재밌더라고요? 적성은 모르겠지만 애들이랑 서스럼없이 놀다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죠. 어느 학교나 학생들 하고 재밌게 어울리는 선생님들이 있잖아요? 제가 그런 존재였어요. 그렇게 학생들하고 친근하게 지내면서 교육도 하고, 상담도 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선생님으로서 살아오게 됐죠.

저에게 학생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선물이에요. 제 재능과 꿈을 일깨워 준 고마운 존재들이죠. 맨 처음에는 그저 학생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했을 뿐이었는데 이걸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에서 제 경험도 쌓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더 친절하게 되고, 더 많은 이야기도 나누게 됐죠. 저와 함께 이야기했던 학생들 덕분에 제가 모험 상담가라는 분야를 개척해서 연구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제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었죠. 만약 학생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에요. 제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만났다는 건 제 삶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Q. 동문님께서는 토목공학교육과를 졸업하셨는데요.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요?

맨 처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교직 생활도 그렇지만 주전공인 토목공학도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성적은 과락되지 않을 정도로 공부했어요. 돌이켜보니 대학 시절 제가 연예인 기질이 살짝 있었던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노래도 많이 부르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명상을 많이 했어요. 술도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친한 동기는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주로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이 혼자 있으면 심심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혼자 바쁘게 많은 것을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는 명상을 많이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제가 사회적으로 방승호라고 불릴 뿐이지 방승호라는 이름이 오롯이 저는 아니잖아요? 방승호라는 이름을 떠나서 제 본질은 무엇인지 명상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취미나 취향을 그때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전혀 심심할 겨를이 없었죠. 또 고마운 점은 이때 명상하며 깨달은 모든 것이 지금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도 그냥 즐겁게 놀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는 점이죠.

Q. 현재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는 선생님으로 유명하신데요. 교육자로서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계신가요?

저는 제가 누구의 꿈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상담을 통해서 그 학생의 꿈을 찾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평소 나눌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줄 뿐이죠. 제가 그 학생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렇게 대하는 순간 그 친구는 멀리 도망가 버립니다. 여태까지 상담을 해보니 그렇더라고요. 무심할수록 더 정교해지고, 상담 성공률이 높았어요. 명상을 하면서 깨달은 건데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바라는 게 생기면 괴로움이 시작되더라고요. 서로 바라는 것에 대해 서로 맞지 않으면 서로가 싫어지는 거죠. 우리가 살면서 100% 괴로움이 없을 수 없는데요. 저는 90%까지는 없을 수 있도록 저 스스로를 돌이켜 보며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을 내려 놓습니다.

상담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꿈을 찾아가고자 애쓰고 있어요.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한 질문을 누적할 수 있도록, 사소한 꿈이라도 기록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물어봐요. 제 경험을 말씀 드리면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적어요. 히트곡 내기, 세계적인 책과 논문 쓰기 등 꼭 이루고 싶은 꿈을 다 적습니다. 이렇게 꿈을 쌓아가다 보면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상담하러 찾아오면 저는 놀이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개발한 ‘모험놀이’라는 상담기법을 통해서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범한 일상까지 모든 것을 물어 봅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꿈을 찾고, 꿈을 위해 해야 할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죠. 결국 꿈은 제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험하는 것이기에 무심하지만 따뜻하게 도와줄 뿐입니다. 저와 학생들의 이야기가 만약 궁금하다면 제가 출연한 다큐 영화 ‘스쿨 오브 락(樂)’을 한번 시청하길 바랍니다.

다큐 영화 ‘스쿨 오브 락(樂)’

Q. 동문님은 작품의 영감을 어디서 얻거나, 찾으시나요?

처음부터 제가 상담 분야 전문가는 아니었어요. 상담하면서 깨지기도 참 많이 깨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가 쌓이고 경험이 생기다 보니까 점점 발전하더라고요. 결국 실패에 대한 걱정이나 어떻게 잘할지에 대한 생각만 하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상담 기법이 보통 선생님들의 방법과는 많이 다른데요. 그래서 제 방법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분야에 더욱 정통해지려고 더 많이 상담하고, 많이 연구했죠. 그 의구심 덕분에 저는 더욱 전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 노하우를 많은 분께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께 제 이야기를 들리고자 강의료도 한푼 안 받으며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언젠가 충남대 사범대학에서 후배님들을 위해 강의할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어려울 때마다 마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합니다. 안 된다고 하면 보통 남 탓을 하기 마련인데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성찰을 많이 해요. 저의 어떤 욕심이 저 사람을 불편하게 했을지, 혹시 내가 저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생각하면서 안 되는 것은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저를 바꿀 방법을 고민합니다. 저는 이게 즐겁게 삶을 사는 지혜라고 생각해요.

Q.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끼셨던 경험과 앞으로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많이 부족했을 텐데 저를 찾아는 수많은 학생과 함께 수다를 떨었다는 경험이 저에게는 큰 보람이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학교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이 함께해준 덕분에 오롯이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가끔 아이들에게 연락이 와서 그때도 수다를 떠는데요. 그때마다 보람차죠. 학생들이 꿈과 미래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니까요. 어떤 친구는 졸업 이후에 작곡가로 활동하는데요. 제가 또 선생님이면서 8집 가수다 보니까 그 친구가 저와 곡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생과 함께 음악 작업을 했죠. 그래서 올해 ‘미세먼지’라는 음악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제자와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직업으로서 만난다는 게 참으로 뿌듯하더라고요. 학생들과 함께 노래하고 작업하는 선생님이라는 것. 교육자로서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요?

나중에 제가 늙어서도 제자들이 저를 알아보고 ‘와 선생님 지금도 활동하시네’, ‘이분 내가 아는 선생님이셔’, ‘100살인데도 아직도 정정하시네’라는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졸업했다고 끝난 게 아니거든요? 제자들이 힘들거나 지칠 때 늙은 저를 보고 다시 힘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왕성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노래 ‘미세먼지’

Q. 어느덧 8집 앨범을 내신 가수이시고, 학교에서도 노래를 즐겨 부르신다고 하는데요.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저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에서 진심을 전달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장학사, 장학관 등 생활지도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많은 학생을 만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학생들에게 하지 말라는 게 참 많더라고요. 그렇게 말한다고 학생들이 들을 것도 아닌데.

저는 생활지도 업무를 맡고 일부러 안 잡았어요. 그리고 고민했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담배를 안 필까? 운동장을 돌면서 곰곰이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떠오른 것은 제가 즐겨하는 취미, 음악이었어요. 8집 앨범까지 내면서 제 취미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줄은 전혀 몰랐죠. 보통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는데 금연송을 만들어서 점심시간에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만약 학생들이 흡연하다 걸리면 저하고 이 노래를 하루종일 듀엣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담배를 안 피고 물만 마시고 가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진심은 어디에나 통한다는 것을.

어느 날 책 한 권을 봤는데 거기 소개되는 사례를 보니 제 노래의 효과에 대해 이해가 가더군요. 몽골에서는 어미 낙타가 갓 태어난 새끼 낙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끔 ‘달래기 의식’을 하는데요. 어미와 새끼를 가까이 붙여두고 마두금이라는 몽골 현악기를 연주하며 어미를 달래서 새끼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음악에 반응하거든요. 결국 학생들을 생각하는 제 음악의 진심이 통한 것이죠.

노래 ‘금연송’

Q. 동문님께서 갖고 계신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100세일 때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사람의 마음은 본인이 주문하는 대로 가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니 제가 30대 때 40대 방승호에게 던진 이야기대로 살고 있더라고요. 과거에 해외 방송에 나가겠다고 써놓은 건 제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BBC 같은 해외 방송에 출연하게 됐잖아요. 제 자랑 같지만 이렇게 써놓은 것 중에 하나도 안된 게 없습니다. 책도 맨 처음에는 한두 권 쓴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일곱 권이나 썼더라고요. 여기서 오는 무한한 성취감. 이게 바로 제가 앞으로도 큰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죠. 이렇듯 꿈은 꼭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크게 갖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렇듯 먼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있지만 나는 오늘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 책도 쓰고, 노래도 만 들어야 하고, 영화도 봐야 하고. 이런 많은 일을 하려면 지치지 않아야 하니 운동도 매일 해야 하고요. 많은 것을 할 필요 없어요. 오늘 하루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습니다. 복잡하게 계획하면 생각만 많아지고,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죠.

Q. 마지막으로 충남대 구성원과 동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가끔 우리가 10대로 돌아갔을 때 이건 꼭 해야 했다고 후회할 때가 있는데요. 만약 10대로 돌아간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내가 10대라는 생각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은 해보세요.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전이라도 해보세요. 당연히 해야 했던 거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20대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은지 질문을 던졌을 때 어학 공부와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서도 많이 하고요. 대부분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인데 혼자 있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 순간 풍요로운 세상이 여러분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도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뭘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하고 실천하는 후배님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은 능력 있고 멋진 분들이니까 꼭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단순히 생각만 하면 번뇌밖에 안 오거든요? 지금 당장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