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겨울호Vol.329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CNU style 2020.겨울호 Vol.328

응용생물학과 정성훈 교수

곤충이 품고 있는 위대한 비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용응생물학과 정성훈 교수. 학부시절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기에 다른 연구자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곤충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활발한 곤충 연구와 자문활동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제1호 한광호 농업연구인상’과 ‘질병관리본부장 표창’을 수상하며, 다른 연구자들을 이끄는 선진 연구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9일, 그는 젊은 과학자들 중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연구자를 선출하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으로 선출됐다. 만 43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들 중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연구자에 주어지는 Y-KAST 회원으로 선정된 정성훈 교수는 오늘도 곤충과 인간이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오롯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Q곧 2021년도 1학기가 시작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벌써 2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님들이 이 시즌에 가장 바쁘신데요. 여러 가지 과제를 마무리하거나, 앞으로의 과제를 준비하고, 대학원생 연구지도 등으로 학기 중보다 오히려 더 바쁜 시기입니다.

어느덧 찬바람이 가시고, 햇살에서는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싱그러운 봄날에 제자들과 함께 연구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 시즌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적었는데요. 이번 학기는 철저한 방역 수칙 내에서 대면수업으로 진행된다하니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응용생물학과 정성훈 교수

Q지난 12월,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와 같은 분야인 곤충학 및 생물분류학을 연구하시는 많은 분을 대신해 선출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에게 이렇게 큰 기회를 주셔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연구의 연속성과 결과물을 바탕으로 Y-KAST 농수산학부 분야에서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며, 농업분야에서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초 연구 자료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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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연구주제가 각 분야에서 고르게 이뤄지고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안 및 연구 활동, 특히 미개척 분야의 연구와 이에 대한 과학적 중요성을 알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생물분류학 분야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세대의 인재양성은 물론 나아가 한국이 세계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Q곤충계통분류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요?

단어 그대로 곤충의 계통을 나누고 유연관계와 종을 밝히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종을 동정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샘플링 단계고요. 곤충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종분화 기작과 같은 진화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종합적인 학문입니다.
※ 동정 : 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

농업 분야에서 예를 들면 해충이 어떤 생물학적 특성을 갖고 역할을 하는지, 왜 해충이 됐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해충을 방지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연구하면서 곤충에 대한 연구 자료를 쌓아가는 기초 학문인데요. 특히, 생물학에서는 절대적인 것은 없듯이 현재 정설처럼 여겨지는 이론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과 시도를 통해 곤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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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학사는 국어국문학을 취득하시고 곤충 전문 학자의 길을 걷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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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살다보니 곤충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학업에 열중하다보니 곤충과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곤충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어요. 불현 듯 ‘곤충을 전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생물학을 공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 고민에 빠져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잘 못했습니다. 주변 분들도 모두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부모님과 대학교 은사님께서는 저의 꿈을 응원해주셨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부모님의 지원과 은사님의 은혜 덕분에 무사히 대학원에서 곤충계통분류학을 전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는 제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런 길을 도전할 수 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만류하는데다가 그 선택에 제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결정인데,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결정하게 됐죠.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보다 출발선이 앞선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수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곤충에 대한 관심과 제 꿈에 대한 의지 하나로 곤충 전문 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학생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은 심오하게 고민하지 말고 부딪쳐보라고요.

Q지금까지 진행한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과학적으로 성과를 이루어 낸 연구주제는 많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소개해 드리자면, 제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농산물 무역에 이바지했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수출한 파프리카에서 1mm 크기의 벌레가 나왔는데 일본 검역 당국에서는 이 벌레가 자국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을 거부했는데요. 모르는 벌레가 나왔기 때문에 일본의 처지에서는 무역법상 합법적인 제재였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입국 금지된 선박은 연료를 계속 소모해야 하고, 파프리카의 품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었죠.

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연락을 받자마자 곧장 샘플을 수집하러 일본으로 달려갔습니다. 하루빨리 파프리카에서 나온 벌레가 일본에 있는 벌레와 같은 개체군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죠. 다행히도 제가 일본에 있는 곤충 분류군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 결과 1mm 크기의 벌레가 일본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제 연구 덕분에 우리나라의 파프리카는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일본에 수출될 수 있었죠. 그때의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도 학계는 물론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와 정책자문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Q곤충의 대중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곤충의 대중화란 무엇인가요?

응용생물학과 정성훈 교수

우리에게 곤충이란 일반적으로는 들판에 널린 존재, 특히 농업이나 의학적 관점에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다분히 우리 인간들의 입장일 뿐 곤충은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기후변화, 도시화 등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곤충은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일환인 곤충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러 논의가 있지만, 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연구나 지원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바로 ‘곤충의 대중화’입니다.

‘곤충의 대중화’는 사람이 주어가 아닌 사실 곤충이 주어입니다. ‘곤충이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자’라는 이야기죠. 곤충의 흥미로운 다양한 능력과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밝히기 위해 연구자들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곤충 관련 아마추어 활동가들도 많이 계십니다. 저는 그들의 자료와 연구자들의 연구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두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곤충연구에 대한 신분의 벽을 허물고, 많은 사람들이 곤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곤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학계에서 이끌어 인간과 곤충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곧 곤충, 그리고 다른 생물군, 그리고 환경보전에 대한 첫걸음이 될것이고, 이것은 곧 인간에게 가장 큰 수혜로 다가올 것입니다. 결국, 인류를 위한 곤충의 대중화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Q교수님이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학생들이 많이 말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게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외워야할 것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강의를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연구에 대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공계 수업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교재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대화식 강의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세미나나 논문연구처럼 학생들이 비교적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식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강의가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해 이공계 수업도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강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Q학자로서 갖고 계신 앞으로의 연구계획과 비전은 들려주세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연구하는 분야의 선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곤충계통분류학에서도 다양한 연구 분야가 있는데요. 곤충의 종류가 너무 많다보니 모든 곤충을 연구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계속 연구하고 있는 ‘노린재 목’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노린재 목’ 연구라고 하면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충남대 정성훈 교수’가 떠오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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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학문들이 그렇듯이 5%만 대중적인 관심을 얻고, 95%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다양성은 존재해야 합니다. 5%와 95%를 모두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곤충의 대중화와 생물보전을 위해 이에 버금가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제 제자들이 어디를 가더라도 수준 높고, 실력 있는 연구자가 될 수 있게끔 후학양성에도 힘쓰겠습니다.

Q교수님이 충남대에서 가장 뿌듯하셨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보통 다른 학과 교수님들을 만나 교류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함께 연구한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충남대에 근무하면서 농생대 여러 교수님을 만나 뵙고, 함께 연구하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보직교수를 맡아 학사업무를 진행하면서 많은 분을 만났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서로의 연구 분야가 뭔지 알 수 있었고, 우연히 했던 대화가 시초가 돼 함께 의문의 연구를 진행한 적이 많습니다. 지원받는 과제도 아닌데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관심 있었던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학계에서 발표했었죠.

이처럼 서로가 돕고 함께한 덕분에 시도하기 어렵거나, 단기적으로 이루지 못할 연구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죠. 이런 교수님들과 함께 교류하고 의논하고 연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충남대 일원으로서 참으로 뿌듯합니다. 아울러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모르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는데요. 저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충남대에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마지막으로 학교 구성원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어느 조직이나 갈등은 존재합니다. 회의에서 싸울 수 있고요. 그런 과정은 모두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구성원들의 생산적인 논쟁입니다. 하지만 가끔 사소한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가 충남대를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충남대에 근무해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는 서로 돕고 화합하면서 극복하시는 모습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갈등 상황에서는 서로가 한 걸음만 뒤에 서서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충남대의 발전을 위해서 학내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멀리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