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을호Vol.328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CNU style 2020.가을호 Vol.328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최고의 국립대학교” 만들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변화하는 기회가 되었지만, 많은 사람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아픔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라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서 아픔을 딛고 적응하기 위한 각자의 방법을 찾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가 이번 기회를 통해 발전된 미래를 맞이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심리학을 통해 나와 우리를 이해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심리학자의 길을 걸어온 전우영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우리의 사회상을 심리학을 통해 바라보고, 지금 나를 위한 진언을 들어보자.

Q2학기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학생들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2학기는 비대면 강의가 사전에 확정됐고, 1학기에 비대면 강의를 경험한 덕분에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제는 이런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배우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을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소통방식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면서 적응해 나가는 단계입니다. 하루 빨리 우리 학생들과 만나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Q심리학을 전공하신 이유와 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은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생물 선생님이 “문과생들은 대학교에 법대와 경영대만 있는 줄 아는데, 철학과랑 심리학과도 있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제 인생에서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순간입니다. 당시 저는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하던 학생이었는데,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듣고 심리학을 공부하면 엄청 재미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학 지원 희망학과에 심리학과라고 썼더니, 그 당시 친구들은, “이런 식으로 반항하냐”, “웃기려고 그러냐”고 하더군요. 집에서도 ‘심리학과가 뭐 하는 곳이냐’고 할 정도로 심리학이 무슨 학문인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물 선생님 덕분에 제게는 심리학과라는 목표가 생겼고, 대학 입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저는 심리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사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심리학은 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강의할 때 심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과 연구를 소개하면서, 해당 이론과 연구들이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심리학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심리학 연구들이 밝혀낸 답은 바로 “행복은 좋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라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들고, 밥 먹고, 술 한 잔하고, 어깨를 토닥이는 등의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간의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이런 상호작용의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몸은 멀리, 하지만 마음은 가까이”라는 코로나 예방 표어가 있더군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정답 같은 행동 지침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구현되기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몸이 멀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커지면 심리적 거리도 함께 커지고, 그 결과 행복을 느끼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코로나19는 사람을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외로움, 불안, 그리고 우울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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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포스트 코로나 시대, 심리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시대에 경험하게 되는 외로움, 불안, 우울감은 우리의 심리적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그 결과, 심리적 에너지가 바닥날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자기조절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그냥 농담으로 웃고 지나쳤을 일들에 화를 폭발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사회가 구성원들의 외로움, 불안, 우울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코로나 이후에 외로움, 불안, 우울과 관련된 상담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상황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적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심리 상담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Q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보여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우리가 평소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나라에 비해서 성공적인 편입니다. 물론 정부와 전문가들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해 대응했던 것이 가장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성공적으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바로 시민 의식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올 초에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마스크 재고가 동이 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질서 잘 지키기로 유명한 선진국들에서도 마스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달랐습니다. 어마어마한 줄이 이어졌는데도, 시민들은 그저 묵묵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시민 의식의 수준이 높았던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교육은 구성원에게 다양한 것을 가르쳐야 하겠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인생에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교육하는 것입니다. 내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코로나19와 같은 우리 사회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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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작년 K-MOOC 만족도 1위에 선정되셨습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강의가 만족도 1위에 선정된 이유를 저한테서 찾는 것은 남사스러운 일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먹고 살기 바빴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이 과거와 비교해 더 성장했다거나 더 풍요로워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나아졌는데, 마음은 이전보다 더 쓸쓸하고 외롭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통 심리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심리학과에 입학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쉽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심리학START’가 K-MOOC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ZOOM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강의하실 때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강의에 따라서 방식이 다르지만, 제가 연구실에서 직접 촬영해서 올리는 강의도 있고, ZOOM으로 토론하면서 진행하는 강의도 있습니다. 특히, 촬영해서 올리는 강의는 오프라인에서 강의하던 것을 그대로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데요. 사람이 참 희한한 게, 말을 더듬거리거나,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아도 오프라인에서는 그게 잘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저 혼자 같은 내용을 말하다 보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강의하면서 제가 잘 느끼지 못했던 제 강의 내용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다듬는 기회가 됐습니다. 새로 강의 내용을 다듬어야 하는 작업은 불편하긴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것은 장점인 것 같아요.
ZOOM으로 하는 강의의 경우에는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화면을 켜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때는 벽을 보고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교수님들의 경우에는 ZOOM을 활용해 조별 토론도 하신다고 들어서 그런 방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조금씩 새로운 매체와 기술에 적응해서 학생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려고 합니다.

Q교수님의 심리학 강의에서 강조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우리의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내 마음이 건강해지려면, 먼저 내 몸이 건강해야 하고,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건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면, 내가 속한 사회가 건강해야 비로소 내 마음이 건강해지고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마음만 바꾸면 행복해진다는 책들도 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내 방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안에서 내가 아주 열심히 심리학을 공부하고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면 과연 쓰레기 냄새가 안 날까요? 그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쓰레기를 치우고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려면, 내 몸과 내가 사는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합니다.

Q교수님이 학교에서 가장 뿌듯하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충남대 온 이후로 운이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랑하는 것 같아 말씀드리기가 민망하지만, 심리학자로서 받았으면 했던 상들은 충남대에 온 이후에 다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충남대에 와서 제일 좋았던 점은 품성이 좋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충남대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예의 바르고 착한 품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수를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스승이라고 생각해주고 존중해주는 학생들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학생이 돼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사회과학대에는 본받고 싶은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 시대인데요. 그런 분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그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저를 더 성장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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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의할 때 가끔 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우리 충남대 학생들이 잠재력이 아주 뛰어난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학생들이라서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아니고, 제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게 본인들 스스로 자기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래서 제가 가끔 강의 시간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뭔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사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울 때는 주제 파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배웠죠. 그런데 사실 이 말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잠재력이 뛰어난 사람인지 본인이 스스로 알고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 충남대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에 나갔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이제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