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여름호Vol.327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CNU style 2020.여름호 Vol.327

나의 마지막 여름, 더 시원할 내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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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학과 16학번 정호석

나는 1년을 제외한 4년 동안 학교에 존재하는 모든 학생회 임원 활동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원한 여름 캠퍼스에 대한 추억이 많다. 학생회에게 여름이란 성찰과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1학기 때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 성찰하고, 2학기를 더욱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다. 따라서 반성과 기대가 공존한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학기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졸업하는 나에게 지금이 마지막 캠퍼스다. 많은 학생들이 빨리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캠퍼스의 낭만이 아닌 공백을 맞이하게 된 것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다 같이 힘든 시기이기에,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오랜 기간 비어있던 캠퍼스인 만큼, 내년에는 낭만과 활기가 두 배로 가득 찰 것이라 믿는다. 모두가 성숙해져 돌아온 캠퍼스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2021년에는 보다 시원함으로 가득 찬 여름 캠퍼스가 되길 바란다. 내년에 더 길고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여러분의 즐거움을 기다리며.

책들을 보내며

자유전공학부 김정숙 교수

책 대출을 하기 위해 우리 학교 도서관에 갔습니다. 5층 보존서고에 들어서니 책 정리하는 손길들로 분주합니다. 저만치 쌓여 있는 책들 위에 ‘폐기처분’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지은이의 땀과 고통과 열정과 희열로 태어난 책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삶으로 스며들었겠지요. 책을 읽으며 미지의 것들을 알아가고, 울고 웃고 설레고 위로 받으며 미래의 삶과 꿈을 꾸었습니다. 때로 다른 생각과 감정들로 밀어내어 멀어진 적도 있고, 허방 같은 질문들이 닥쳐올 때면 지혜의 답을 구하기도 했지요. 벗처럼 함께해 온 오랜 시간을 생각하니 순간 뭉클해집니다. 바래고 찢겨지고 닳은 책들이 안쓰럽고도 아름다웠습니다. 한 생 소박하고 오롯하게 살다 떠나가는 뭇 존재들의 자화상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어진 본분을 다한 존재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돌아보는 마음이 함께 살아가는 의미라고 생각해 봅니다. 책들에 폐기처분이라는 말 대신 한여름 홀가분하게 떠나는 ‘찬란한 여행’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잘 보내주려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책들아 고마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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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던 여름날, 버스 정류장의 그녀

항공우주공학과 송창윤 동문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스펀지라고 했던가. 때는 2012년 5월 학교 등굣길에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 어디서 용기가 생겼을까 처음 만난 그날 연락처를 받게 되었다. 방학이 시작되고 계절학기와 토익으로 이것저것 신경쓰다보니 어느덧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온전히 쉬겠노라 다짐한 8월. 학교 동아리방에서 쉬기는커녕 선배들과 네이버 지도 켜놓고 어디 놀러갈까 고민하던 날 생각지도 못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안 가져온 나는 집에 가지도 못하고 공대2호관 입구에서 또다시 그녀를 마주쳤다. 같은 버스노선을 타는 것을 핑계 삼아 우산을 같이 쓰고 가주면 안 되겠냐고 이상한 부탁을 했다. 어색했지만 불쌍해보였는지 흔쾌히 좋다고 대답해주었다. 고마웠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그녀가 잊혀져가던 그 시간동안 뭐했는지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한 것을 소홀하게 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8년, 장마철이 시작되면 갑자기 시원하게 비가 내리던 공대2호관의 그날이 생각난다. 그날 스쳤던 인연은 어느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우리가 되었다는 웃픈 엔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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