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헌혈 참여가 급격하게 줄었다. 결국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 어떤 이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헌혈에 나섰고, 그들의 귀한 1시간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생명의 시간이 되었다.
김민영, 황동근 학생에게 헌혈날짜를 알리는 알람은 그 어떤 알람 소리보다 경쾌하다. 누군가를 위해 일상처럼 봉사하는 날, 이들에게 헌혈은 무슨 의미일까? 헌혈을 일상이자, 최소한의 봉사라고 일컫는 영웅들, 헌혈장학생 2인을 만나 보았다.
※헌혈장학생은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이 주관하여 매학기 헌혈 운동에 적극 참여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헌혈장학금과 장학 증서를 수여하는 제도이다.
컴퓨터융합학부 17학번 김민영 학생
“솔직한 계기요? 영화티켓을 주신다고 해서 꾸준히 헌혈을 하게 되었어요.”
헌혈의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 순수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갔다가 우연찮게 첫 헌혈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헌혈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첫 헌혈에서 뽑았던 소중한 혈액은 빈혈 때문에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다행히 그 이후로 빈혈은 없어졌는데요. 헌혈하고 쓰러져서 다시 제 피를 수혈 받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첫 헌혈과 함께 헌혈을 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담임 선생님이 헌혈증을 급하게 찾으셔서 그때 헌혈증을 기부했는데, 그 순간이 가장 뿌듯했어요.”
그 뿌듯함이 좋아서 주기적으로 헌혈의 집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올해 헌혈의 집 방문이 뜸했다.
“헌혈의 집이 방역이 잘되어 있으니까 더 안전하죠. 코로나19가 문제라면 오히려 다른 곳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요. 요새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데, 지금 제 건강이 안 좋아서 헌혈을 못하고 있는데 너무 아쉬워요. 빨리 건강해 지려고 헬스를 하고 있으니까 곧 헌혈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녀는 헌혈을 하면 할수록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누군가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가 헌혈 말고 하는 봉사활동은 없지만, 헌혈만큼 소중한 봉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나고 근로장학생 근무를 위해 학과사무실로 출근했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학업에 정진한다는 그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요즘 상영하는 영화가 많지 않아서 영화티켓은 좀 그렇지만, 과자나 음료수, 더 좋은 선물도 많으니까 헌혈하러 오세요~!”
기계공학부 15학번 황동근 학생
“첫 헌혈이요? 헌혈하면 야자 빼준다고 해서요.”
군 복무하던 당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파주 군부대 안까지 찾아온 헌혈 버스를 보았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파주는 헌혈이 제한된 곳이었지만 위급상황이기에 헌혈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헌혈을 많이 안 하는구나,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되었어요.”
전역 이후에도 그 때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헌혈을 이어나갔다. 학내에 헌혈의 집이 있다 보니 자주 헌혈을 했는데 어느 날부터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헌혈이 가능하다는 알림문자가 오더라고요. 아 헌혈할 때가 됐구나, 그때부터 계속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19도 그의 헌혈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이번 6월, 헌혈 횟수를 50회 달성했고 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헌혈유 공장 ‘금장’을 받았다. 50회가 넘었기에 헌혈에 대한 지식은 그 누구보다 풍부하다.
“헌혈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헌혈과
혈액의 일부 성분만 채혈하는 성분 헌혈이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채혈하는
성분과 소요시간의 차이입니다. 보통 전혈헌혈은 10-15분이 소요되며,
성분헌혈은 최대 1시간이 소요됩니다.”
‘헌혈이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다.
“오그라들 수 있지만, 헌혈은 그냥 일상인 것 같아요.
헌혈하는데 1시간도 안 걸리는데, 굳이 다른 일정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한번 하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니까 고민 없이,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아요.
마지막 말을 전하고 헌혈의 집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든든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
그리고 행동.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